블루칩 작가 탐구 vol.2 - 리처드 프린스 Richard Prince, 타인의 사진을 훔쳐 거장이 된 작가

타인의 창작물을 가공한 '차용 미술'의 선구자로 악명 높은 동시대 최고의 문제적 거장, 리처드 프린스의 생애와 예술 세계, 작품 가치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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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28, 2025
블루칩 작가 탐구 vol.2 - 리처드 프린스 Richard Prince, 타인의 사진을 훔쳐 거장이 된 작가

누군가 당신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캡처해 판매하면 어떨까요?

“차용 예술” 혹은 “도용 예술”이라고도 불리는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이끈 미국의 문제적 작가 리처드 프린스의 이야기입니다.

리처드 프린스는 1980년대부터 지면 광고, 타인이 찍은 사진 등을 마음대로 편집해 인화하는 방식의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평범한 시각에서 봤을 땐 명백한 ‘무단 도용’인 그의 작품은 시장에서 수백만 달러에 거래되며 그를 악명 높은 블루칩 작가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오늘은 예술과 범죄의 경계에 선 작가, 리처드 프린스를 소개합니다.

리처드 프린스 생애

리처드 프린스는 1949년 파나마 공화국에서 태어나 18세의 나이에 예술을 추구하며 유럽으로 떠났습니다.

이후 미국 뉴욕으로 이주해 1973년부터는 타임지에서 잡지 기사와 광고 페이지를 스크랩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종이를 찢다’라는 뜻의 Tear Sheet 부서에서 일하던 그는 어느 순간, 잘려 나간 광고 이미지 조각들에 강하게 끌리게 되었습니다.

이때의 경험이 이미지를 잘라내고 확대하고 재촬영해 새로운 작품으로 제시하는 그의 ‘차용 예술’의 시발점이 된 것이죠.

리처드 프린스 대표연작 탐구

❶ : 카우보이Cowboy 시리즈

Richard Prince, Untitled (Cowboy), 1991-1992

리처드 프린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카우보이 시리즈. 그의 예술관을 수면 위로 올린 작품이기도 하죠.

1980년대 후반, 잡지에 실린 말보로 담배 광고 -광활한 들판 위를 달리는 카우보이 이미지-를 확대하고 재촬영하는 방식으로 이 시리즈를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원본은 광고 사진작가가 촬영한 ‘상업’ 이미지였지만, 이를 거의 그대로 복제한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예술’작품이 된 것이죠.

이 작업은 예술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광고 사진을 다시 찍은 사진이 어떻게 예술인가?’ 라는 비판과 함께, 프린스가 대중에게 던진 ‘현실이 이미지를 통해 왜곡되고 있다’는 메시지가 동시에 회자되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프린스를 ‘차용미술appropriation art’의 대표 주자로 만든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❷ : 인스타그램Instagram 시리즈

Richard Prince. Courtesy Gagosian Gallery. Photographs by Robert McKeever.

2010년대에 접어들며 프린스는 새로운 시대의 ‘이미지 신화’를 발견합니다. 그 출발점은 모델 제시카 하트Jessica Hart의 인스타그램이었죠.

그는 제시카에게 “당신의 피드 사진으로 작품을 만들어도 될까요?”라고 묻고 그녀의 이미지를 그대로 캡처해 인화한 뒤, 캡션과 댓글 일부를 지운 채 전시했습니다.

이 작업은 여러 일반인의 피드를 무단 캡쳐해 가공한 New Portraits 시리즈로 발전해 2014년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공개되었죠.

타인의 SNS 게시물을 허락 없이 사용하며 이를 ‘현대인의 자화상’으로 해석하며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러나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의 작품들은 개당 1만 달러 이상에 판매되며 다시 한 번 창작의 경계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켰습니다.

시장에서의 명성: 100만 달러를 넘는 작품가

이처럼 도용과 창작의 경계에서 리처드 프린스가 일으키던 논쟁은, 2021년 홍콩 소더비 옥션에서 절정을 달성합니다.

바로 그의 작품 Runaway Nurse(2005)가 무려 1,200만 달러(한화 약 170억원)에 낙찰되며 자체 최고가를 경신한 건데요. 생존작가의 작품가가 1천만 달러를 돌파했다는 것은 작품의 예술성을 넘어, 프린스가 제기해 온 ‘도용과 창작’이라는 담론이 미술 시장의 중심축이 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www.richardprince.com

그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지 어느덧 40여년,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의 작품을 두고 ‘예술은 무엇인지’를 논합니다. 실험과 도전이 난무하는 동시대 예술계 내에서도, 이렇게 큰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받는 작가도 드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리처드 프린스의 작품을 통해 예술과 비예술, 일상과 예술의 경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가 작품을 공개한 순간 새로운 논의의 장이 열리는 것이죠. 어쩌면 바로 그 지점에서 그의 작품은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증명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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